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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

김상미 와인전문가

상상마당 아카데미 <와인 테이스팅 노트>의 김상미 와인 전문가를 만나 와인에 매료되어서 새롭게 인생을 개척해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육/강좌 | 2017/05/23 | 글. 안수연 (KT&G 상상마당 전략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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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와인을 가르치기도 하고 심사위원으로 일하기도 하고 와인 세미나에서 통역도 하고 와인 칼럼을 쓰고 있어요.

 

와인을 둘러싼 많은 일들을 하시네요.
소믈리에 일만 안하죠. 소믈리에 일과는 달라요.

 

직업명이 Wine & Spirit Professional이라고 들었어요. 소믈리에는 어떻게 달라요?
소믈리에는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에서 선택한 메뉴에 맞춰서 와인을 추천해드리고 서빙하는 것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안에서의 와인 매출, 이익처럼 사업적인 것까지 관리를 하는 서비스직이라면, 저는 와인 평론이나 비즈니스에 관련된 일을 해요.

 

이력이 독특하시다고 들었어요.
제가 SK 텔레콤에 있다가 모바일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로 나왔어요. 거기에 있을 때 멜론을 만들었고요. 수출을 해보자고 해서 2005년에 유럽 주재원으로 나갔었죠. 유럽의 3개국 정도에서 9년 정도 있었어요. 유럽에서 한 나라의 일만 한 게 아니라 유럽 본부에서 일을 했었기에, 여기 저기 출장을 다녔었죠.

 

IT 분야에 있다가 어떻게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원래 술을 좋아했고요. (웃음) 첫 주재지가 포르투갈 리스본이었는데, 거기는 한인이 별로 안살아서 소주가 별로 없고 비쌌어요. 대신 와인이 많고 저렴했어요. 2006년에는 우리 나라 와인바들이 생길 때여서, 와인 하면 프랑스나 이탈리아인 줄 알았는데 포르투갈 와인도 정말 맛있더라고요. 그 때부터 와인을 즐기기 시작했고요.

 

2007년에 오스트리아로 발령이 났는데, 오스트리아도 와인을 생산하고 있었어요. 같은 레드 와인이어도 차이가 큰 거에요. 와인이 굉장히 나라마다 맛도 다르구나 하고 놀라웠죠. 와인을 공부 해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혼자 이 책 저 책 보기도 했어요. 회사 동료가 와인 공부하면서 자격증도 따고 있다고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이야기 해줬어요. 과정을 스스로 공부하지만 온라인 튜터가 있는 과정이고요. 런던으로 가서 시험을 보는 자격증이었어요. 처음 낮은 단계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통과를 한 거에요. 자신감이 붙어서 다음 단계를 계속 하다보니까 나중에 굉장히 어려운 단계까지 올라가게 되었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사람이 인생이 한 번인데 한 우물을 파는 게 좋을까 아니면 한 번쯤은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도 좋을까, 고민을 꽤 오래했어요. 와인은 경험이 중요하니 나중에 60,70대가 되어서도 노익장을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지 않을까해서, 바꿔보자 싶었어요. 재미있는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서 2012년 여름에 회사를 그만두고 석사과정 입학을 했어요.

 

다양한 나라 중에서도 영국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오스트리아처럼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는 자국의 와인이 많이 있어요. 가끔 영국을 가보면 영국은 와인이 거의 나지 않는 나라인데도 1인당 와인 소비가 전세계에서 TOP에 들어갈 정도로 많아요. 그래서인지 영국이 와인교육으로는 매우 발달해 있어요. 제가 다닌 와인학교는 WSET 런던스쿨이어서 시험도 런던으로 보러 다녀야 해서, 와인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회사를 영국쪽으로 옮겨달라고 했고 회사 일을 계속 하면서도 밤이랑 주말에는 와인 공부를 했었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게 두렵지 않았나요.
요즘 40대 중반에 퇴직을 많이 하잖아요. 저도 그 대상이 될 수 있고, 아무리 늦어도 50대 초반에는 퇴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조금이라도 나이가 어릴 때 몇 년이라도 공부 제대로 하고 시작하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원래 관심 분야를 파고드는 성향이나 도전적인 면은 있으셨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 일하실 때도 IT분야나 해외 사업 분야에 계셨네요.
셋업하는 분야로 주로 옮겨 다녔어요. 제가 지원한 건 아니었지만 회사가 자꾸 그런 쪽으로 옮겼고 저도 그런 게 맞았던 것 같아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닌데, 뭔가 하나에 관심이 생기면 끝장을 봐야하는 성격이에요.

 

 

 

 

영국 Oxford Brookes University의 Food, Wine & Culture 석사과정을 밟았다고 들었어요. 학교 생활은 어땠나요?
영국은 석사가 프리 닥터와 비슷해요. 석사를 하면 박사를 간다는 전제 하에 하는 편이고요. 그래서 석사가 18개월 정도로 짧아요. 짧다고 해서 배워야하는 게 적은 건 아니에요. 방학이 거의 없다시피해서 18개월을 다 하는데 들어가기 전에는 잘 몰랐었죠. 정말 뭔가를 더 배우고 싶어서 오는 거라 나이가 아무 상관이 없고, 내가 공부를 하려고 하는 이유가 정말 교수님들이 이 사람은 정말 배우고 싶구나, 공부를 하려는 이유가 맞는 거구나 하고 생각하면 뽑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저보다 어린 분은 예상과 달리 두 분 정도 있었고, 나이가 비슷하거나 많은 분들이었고요. 레스토랑을 경영하던 분, 요리사 분 등 다양했어요.

 

대학원 공부할 때 하루에 4시간도 못잤어요. 너무너무 공부 많이 시키고요. 그 다음 수업 때까지 읽어가야하는 것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어요. 와인 푸드앤 컬쳐지만 와인과 관련된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이런 것들이에요. 아마 누가 시켜서 공부를 하라고 했으면 너무 화가 났을 것 같은데, 제가 선택했던 거라 힘들어도 어쩔 수 없었어요. 재미는 있었지만 힘들긴 힘든 거니까요.

 

와인만 배우는 게 아니라 와인과 관련된 여러 가지 것들을 배웠어든. FTA, 유전자조작, 환경... 와인 사업하면 환경과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와인산업이 사실 물을 많이 쓰고 커다란 오크통을 잘못 올려놨다가 사람이 맞으면 죽어요. 그래서 노동법이나 노동환경 개선. 와인이 굉장히 먼 곳부터 우리나라까지 수입이 되잖아요. 그래서 탄소배출도 연관이 있고요. 풍력 등을 이용해서 와이너리가 전기를 생산해서 쓰는 등 친환경 전략을 쓰기도 하고요. 큰 탱크들을 세척하는 물을 정수해서 쓰는 것들까지 공부를 많이 하기 때문에, 굉장히 넓게 배워서 그 중 하나를 택해 박사로 들어가는 과정이었어요. 지금 칼럼을 쓰거나 강의를 할 때 남들하고는 조금 다르게 강의를 하는 밑거름이 되었죠. 아주 잘한 공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는 7월에 베를린으로 와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신다고 들었어요. 어떤 활동인지 궁금합니다.
마트에서 보시면 와인에 어느 대회 수상 이라고 해서 스티커가 붙어있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게 오히려 술을 권장한다고 해서 많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전세계 주요 몇 개의 와인 대회가 있는데 베를링 와인 테이스팅이 세계 3대 안에는 들어갈 거에요. 출품하는 와인 수가 1만종 정도 되기 때문에 2월, 7월 두 번에 나눠서 해요. 저는 이번 7월에 가게 되요. 절반 정도 하면 5천종 정도 하겠죠. 전세계에서 약 150명 정도 심사위원들이 와서 심사를 3,4일 정도 하죠. 한 조에서 여섯 일곱명 정도의 심사위원이 있어요. 올림픽 할 때 가장 높은 점수와 낮은 점수를 빼고 평균을 내는 것처럼 와인도 그렇게 해요. 어떤 와인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다 숨겨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고, 색깔, 향 등 분야별 점수를 주고 합산을 한 다음 평균을 내서 90점 이상이면 골드가 되고 80이상이면 실버, 70이상이면 블론즈를 수여하는 과정이에요.


 

이제 막 와인에 관심을 갖고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와인을 알아가면 좋겠다고 추천해주실만한 방법이 있나요.
와인을 어렵게 접근안하셨으면 좋겠어요. 일단은 자기가 소주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레드와인으로 시작을 해보시고요. 맥주파라고 생각하시면 화이트나 스파클링으로 시작해보시면 좋아요. 스파클링은 샴페인 아닌가 비싸지 않나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나오는 것만 샴페인이고요. 이탈리아나 스페인이나 호주산 중에는 저렴하고 맛있는 스파클링 와인이 많아요. 물론 도움이 될만한 책을 봐도 좋긴 한데 우리가 어렸을 때 팝송을 듣는다거나 할 때 아티스트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듣지 않잖아요. 들어보고 좋으면 다른 음악도 들어보고 몇 년전에 나온 앨범도 들어보고요. 그런 식으로 넓어지거든요. 

 

또, 칠레, 아르헨티나,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이런 신대륙 쪽을 시작하시는 게 쉬울 수 있어요. 유럽을 구대륙이라 하고 미국, 칠레, 호주 등 유럽에서 가져온 포도를 심어서 와인 생산을 시작한 곳을 신대륙이라고 하거든요. 구대륙 와인은 레이블에 품종이 잘 안써있고 밭이름이나 마을이름이나 와이너리 이름이 써있기 때문에 어떤 건지 잘 모르고 마실 때가 많아요. 신대륙 와인은 품종이 써있기 때문에, 이 품종이 내 입맛에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 품종으로 다른 와이너리 것도 먹어보면 좋아요. 까베르네 소비뇽이 맞는 것 같다 싶으면, 유럽의 유명한 산지가 어딘지 찾아보고 마셔보는 식으로 해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조급증이 있는 분들이 있어요. 와인을 취미로 하기로 했으면 빨리 마셔보고 알고 싶다 하는데, 그러지 말고 천천히 즐기셨으면 싶어요.


 

 

 

 

와인에 매료되어서 새롭게 인생을 개척해나가신 점이 인상적입니다. 와인의 어떤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오나요?
와인은 정복이 되는 술이 아니고 함께 늙어가는 술이에요. 그게 와인의 매력에 빠진 가장 큰 이유일 거에요. 와인마다 짧은 건 3~4년, 긴 건 100년 그렇게 다 수명이 있어요. 게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맛을 유지하다가 수명이 끝나는 게 아니라, 병 안에서도 살아있죠. 청,장년층을 지나서 노년으로 이어지다가 나중에는 찌꺼기 남고 와인색이 거의 투명해지는 단계까지요.

그리고 와인 한 병에는 그 해의 햇빛과 바람과 포도를 기른 사람들의 손길과 와인을 빚은 사람들의 땀과 그런 것들이 들어있어요. 그 해의 맛은 절대 다른 해와 같을 수가 없죠. 변화가 많아요. 너무 배울 게 많아서 짜증이 날 수는 있어도 절대 싫증은 나지 않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어떤 기대가 있으신가요?
와인이 보편화되는데 기여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는 와인을 고급으로 인식하는 것도 많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음식과 와인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리고 싶어서 제 강의 때 음식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요. 특별한 게 아니라 탕수육, 서비스 군만두, 빈대떡, 족발 이런 음식이요. 석사 논문도 '한식과 와인의 조화'로 쓰기도 했었고요. 재미있는 와인책도 써보고 싶어요. 와인을 교과서적으로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라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과 와인, 그런 식으로 매칭을 시켜서 소개를 해드리고 그 와인에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려주는 책을 생각 하고 있어요.

 

상상마당에서 강의하고 계신 '와인 테이스팅 노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마디 해주신다면?
와인이 많이 저렴해졌다고 하지만 아무리 저렴해도 1,2만원대잖아요. 혼자 즐기기에 부담이 있어요. 혼자 한 병을 다 마시는 것도 부담스럽고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랑 같이 와인 공부를 할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친구가 4명이면 일주일이나 이 주일에 한 번을 만나서 2만원대 와인을 사들고 와서 모이면, 네 가지 종류를 골고루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맛과 향이 다르다는 걸 금방 깨우치거든요. 그래서 와인을 그룹으로 공부할 때 훨씬 더 재미있어요. 그런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상상마당 와인 클래스이기도 하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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