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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난다

제1 회 라이브 클럽 데이

무엇보다 뮤지션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마음으로 홍대 앞 공연장들이 다시 뭉쳤다.

공연/음악 | 2015/02/12 | 글.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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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회 라이브 클럽 데이 포스터

 

꿈만 같았던 2002년 한일 월드컵 전후로 가시적인 움직임이 홍대 앞 곳곳에서 일어났다. 희망시장과 프리마켓이 열리는 놀이터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지갑을 열었고, 프린지 페스티벌과 한국실험예술제 등 축제들이 속속 개최되며 홍대 앞과 ‘새로운 예술’이라는 키워드를 더 가깝게 만들려는 활기가 넘쳤다. 사운드 데이 역시 그런 추세의 일부였다. 2004년 4월 시작한 사운드데이는, 한 장의 티켓으로 근처의 수많은 라이브클럽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효율 덕에 매회 2000명의 관객을 모으는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댄스클럽들이 운영했던 클럽데이와 통합해 규모는 더욱 커졌고, 서울시는 클럽데이를 ‘서울 테마별 관광코스 30선’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 2004년 첫 번째 사운드데이 현장을 담은 영상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이 인디 밴드를 주인공으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그들의 존재는 이전보다 쉽게 대중들에게 닿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홍대 앞 공연장들의 처지는 나빠졌다. 해가 다르게 위축돼가는 경기는 물론이거니와, 인디 신의 근간이 되는 클럽 무대를 외면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는 탓이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라이브 클럽 데이는 이런 난점을 정면으로 돌파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뮤지션을 존중한다는 방침이다. 많은 관객들이 모여 즐기는 자리야말로 모든 뮤지션이 바라는 무대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판을 만들고 그 공간에서 뮤지션이 각자 뛰어난 무대를 선보이며 그 순간을 기억하는 이들이 다시 공연장을 찾는 선순환은, 새 라이브 클럽 데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미래다. 행사는 본격적인 논의가 나온 작년 말부터 두 달 만에 준비됐지만, 10여 년 간 공연장을 운영해온 대표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순조롭게 구색을 갖춰나갔다.

 

△ 출연 뮤지션 '갤럭시 익스프레스'

 

 

△ 출연 뮤지션 '김사월X김해원'

 

떡하니 버틴 1을 사이에 두고 출연진이 같은 크기 같은 글자로 적힌 포스터는 건조해 보이는 한편 라이브 클럽 데이의 뚝심이 대번에 드러난다. 행사를 구성하는 10개 공연장 대표가 직접 선정하고 섭외한 뮤지션들의 목록은 연간 열리는 대형 페스티벌의 규모를 연상케 한다. 국카스텐은 그 가운데서 가장 의외의 밴드일 것이다. 이전 클럽데이가 한창이던 당시 클럽데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 오디션을 보기도 했던 그들은 이제 전국에서 알아주는 밴드가 되어 오랜만에 클럽 무대에 오른다. 국카스텐과 더불어 서울전자음악단, 이승열 X 안녕바다까지 공연 하는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로다운30, 3호선 버터플라이,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모이는 클럽 타와 함께, 일찌감치 상당한 인파가 몰릴 공간으로 점쳐지고 있다. 순전히 이름값에만 의지하는 건 아니다. 행사가 멈췄던 4년 사이 활동을 시작해 어엿한 경력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밴드들 역시 라이브 클럽 데이에 합류한다. 특히 밴드 지원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전기뱀장어와 크랜필드, 독보적인 음악으로 두터운 팬덤을 만들고 있는 솔루션스와 혁오가 1시간을 간격으로 등장하는 클럽 FF는 한국 인디 신의 여전한 에너지를 확인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 제1회 라이브클럽데이 타임테이블 및 공연장

 

△ 출연 뮤지션 '이디오테잎'

 

반응은 실로 대단하다. 라이브 클럽 데이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마저 예상을 훨씬 웃도는 기대치에 의아해 할 정도.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라인업 발표 공지에 ‘좋아요’가 700개, 댓글이 100개가 넘었다. 티켓이 팔려나가는 상황은 더 놀랍다. 100장 할당의 블라인드 티켓은 불과 1분 만에 매진됐고, 라인업 1/3만이 공개된 얼리버드 티켓 200장 역시 3분 만에 모두 동났다. 순식간에 없어지는 티켓을 보며 예매 의지를 다지던 음악 팬들이, 700장을 준비한 마지막 예매분까지 3시간 만에 다 차지하고 말았다. 애초 계획했던 티켓의 절반에 해당하는 분량을 단시간, 예매로만 판 것이다. 라이브 클럽 데이는 일제히 8시에 시작하지만, 예매에 성공하지 못한 이들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일찍 서교동에 도착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티스트를 위한 이벤트를 표방하는 만큼, 라이브 클럽 데이는 공연의 동시다발과 함께 뮤지션을 위한 갖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첫 번째 타이틀은 ‘음악과 관계된 당신이, 지금 당장 알아야 할 저작권’. 인터넷, 모바일 시대의 한가운데를 사는 음악가들에게 복잡한 저작권의 최신 현안을 조목조목 들을 수 있는 유용한 강의가 될 것이다.

 

△ 제 1회 라이브 클럽 데이 출연 뮤지션 '솔루션스'

 

달마다 진행하는 행사이니만큼 라이브 클럽 데이의 일원들은 벌써부터 그 다음을 고민하고 있다. 이름만 봐도 놀라운 라인업의 공연을 마치고 난 그 다음의 구색이 초라하지 않아야 하고, 첫 번째 라이브 클럽 데이 당일의 성과에 따라 스폰서 지원이나 ‘스태디움’이 어울릴 법한 대형 뮤지션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페스티벌 시즌이 시작되는 5월까지 번듯이 자리를 잡아야 아티스트 섭외에 용이하다는 점 역시 또 다른 이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첩첩이지만, 10개 공연장 대표들은 걱정에 짓눌려있진 않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열심히 공연을 기획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서울전자음악단

걸출한 기타리스트 신윤철이 이끄는 밴드 서울전자음악단은 잘 들리는 멜로디와 단정한 싸이키델리아의 모던록을 담은 두 음반을 내놓으며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는 등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해체 후 2년 만에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베이시스트 이봉준 드러머 손경호와 함께 밴드를 다시 꾸려 만든 세 번째 앨범 <꿈이라면 좋을까>는, 전반을 아날로그 테이프로 녹음해 6,70년대 록 클래식의 색채를 근사하게 구현해냈다. 

 


△ 새 앨범 <꿈이라면 좋을까>의 “별의 별 빛나는 밤에” 라이브. 복귀 후 처음 무대에 선 EBS 스페이스 공감의 미방영 영상.

 

구본암 밴드

구본암은 김태우에서 박주원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친 음반에 베이스 연주를 더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재즈 잡지 <재즈 피플>에서 ‘올해의 베이시스트’에 뽑힌 바 있다. 작년 봄, 듣기 편한 보컬이 담긴 곡부터 잼 트랙까지 담아낸 야심찬 데뷔 앨범 를 발표하며 재즈 신에서 상당한 갈채를 받았다. 클럽 에반스는 재즈의 러닝타임을 고려해, 구본암 밴드와 짐&프렌즈 두 팀이 넉넉하게 공연할 수 있도록 첫 라이브 클럽 데이를 구성했다.

 


△ 구본암 밴드의 “여자의 마음” 라이브. 2013년 11월 클럽 에반스.

 

혁오

혁오는 김사월 X 김해원과 함께 작년 한해 단연 가장 많은 마니아들의 입에 오르내린 밴드다. ‘진정성’같은 쉰내 나는 말 따위와 멀어 보이는 혁오의 무기력한 노래들은 평론가들의 손쉬운 호들갑을 거치지 않고 대중들에게 먼저 닿았다. 첫 EP <20>을 불과 5개월 전에 발표했지만, 이미 리스너와 음악 관계자 모두에게 어마어마한 지지를 받고 있다. 전적으로 준수한 음악에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 라이브 앤 다이렉트가 제작한 혁오의 “Ohio"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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