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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우정

<우리들의 유재하 Vol. 3> 앨범발매 공연 ‘우리가 만난’

‘우리들의 유재하’는 유재하를 애써 기억해내지 않을 것이다.

공연/음악 | 2015/01/12 | 글.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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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하라는 이름이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긴 건 전대미문의 팝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만이 아니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속 아름다운 노래들은 싱어송라이터의 존재를 다시금 두드러지게 했고, 곧 새로운 싱어송라이터를 발굴하자는 목적으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만들어졌다. 1989년을 시작으로 (몇 해 부침이 있긴 했지만) 작년까지 25번의 행사를 개최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한국에서 쇼의 드라마 없이 자기 노래 자기 목소리로만 싱어송라이터의 역량을 평가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오디션으로 남았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참가자들 가운데 유재하의 음악보단 대회를 통해 데뷔한 조규찬, 유희열, 이한철을 보고 자란 세대가 점점 늘고 있다는 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현재를 잘 보여주는 징후다.

 

△ <우리들의 유재하:가리워진길>(2012)   △ <우리들의 유재하:Minuet>(2013)     △<우리들의 유재하 Vol.3>(2014)


사실 대회에서 상을 받더라도 특별한 기회가 주어지진 않는다. 덜컥 소속사가 생기지도, 앨범을 제작해주는 것도 아니다. 다음을 구축하는 건 어디까지나 음악가의 몫이다. 2011년의  22회 수상자들은 그 다음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로 생각을 모았다. 대회에서 만난 인연이 그냥 흩어지게 두고 싶지 않다는 충동적인 제안에서 비롯됐지만, 그를 위한 행동은 빠르고 바지런히 진행됐다. 멤버들 각자의 작업에 자기만의 솜씨를 보태주었고, 프로젝트의 이름을 딴 컴필레이션 음반과 공연도 직접 만들었다. 대회가 이어진 20여 년 간 처음 일어난 움직임이었다. 서로 음악을 나누는 동안, 그들은 상대방의 가사만 들어도 자연히 그를 떠올릴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돈독한 연대를 이어, 2012년 ‘우리들의 유재하’의 이름을 빌려 크리스마스 앨범을 제작했던 23기 수상자들 역시 Yooers라는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작을 목전에 두고 있다.

 


△ 김정균 (a.k.a. 김거지)의 ‘독백’ 22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예선 라이브. 김정균은 이 노래로 대상을 받았다.

 

‘우리들의 유재하’의 첫 번째 앨범은 2012년 유재하의 기일에 맞춰 나왔다. 커버의 뿌리를 고스란히 드러낸 색색의 꽃들은, 유재하의 음악적인 영향보다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통해 이뤄진 22기 멤버들의 만남을 드러내려는 의도였다. 첫 앨범에서 ‘가리워진 길’을 부제로 붙이고 그 곡을 리메이크 했지만 헌정 이상의 의미는 아니었다. 2집부터는 유재하의 흔적을 덜어 나가기로 했다. 리메이크를 넣지 않고, 부제에서 그의 노래 제목을 지웠다. ‘우리들의 유재하’가 결국 붙들어야 할 것은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년에 발표한 < Vol. 3 >까지 우리들의 유재하의 앨범은 22기 멤버들이 스스로 만든 새 음악들로 채워졌다. 뿌리를 강조한 그림의 두 앨범에 이은 < Vol. 3 >의 커버에는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룬 풍경을 담았다. 그간 저마다의 경력을 쌓으며 건강한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한 그들의 모습일 터. 외부의 후원 없이 매해 음원뿐만 아니라 CD까지 제작하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지만, 컴필레이션을 꾸준히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는 더 단단해졌다.

 


△ < 우리들의 유재하 Vol. 3 >의 수록곡, 김성윤의 ‘너에게 간다’ 비디오.

 

‘우리들의 유재하’의 세 번째 앨범 발매 공연 ‘우리가 만난’은 이달 24일, 25일 양일 간 진행된다. 상상마당의 기획공연이 늘 그랬던 것처럼, 이틀 공연이 다른 레퍼토리로 꾸며진다. 우리들의 유재하 멤버 여섯이 반으로 나뉘어 세 팀씩 자기 무대를 넉넉하게 갖는다. 짤막하고 어수선한 채로 많은 음악가를 우루루 세우기보단 멤버 한 명 한 명의 음악을 충분히 보여주려는 뜻이다. 다만 단 하루의 공연을 보더라고 ‘우리들의 유재하’ 여섯 팀 모두를 만날 수 있다. 채수현의 순서에 배영경이 함께 스테이지를 채우거나, 유근호의 노래를 김정균이 김정균의 노래를 유근호가 바꿔 부르는 등 다양한 방식의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준비했다. 공연을 기획하고 의견을 모으면서 다듬어진 노래와 더불어 이미 앨범을 통해 공개한 노래를 다른 편곡으로 연주한다. 김성윤은 풀 밴드 편곡의 힘찬 노래 ‘너에게 간다’를, 최소한의 악기로도 풍성한 사운드를 낼 수 있는 방향을 궁리 중이다. 평소 나일론 기타 한 대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배영경은 요즘 부쩍 몰두하고 있는 스트링 편곡으로 ‘그 사람이 생각나면’을 부르려고 한다. ‘우리가 만난’ 동안 유재하의 트리뷰트 시간은 일정에 없지만, 짙은과 빌리어코스티가 또 다른 ‘우리들의 유재하’가 되어 동참한다.


2014년은 ‘더하고, 나누기’, ‘유재하 동문회 송년의 밤’ 등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매개로 만난 음악가들이 모일 자리가 많았다. 근래 ‘우리들의 유재하’가 경연대회 동문들에게서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22기 같은 활동이 있었더라면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을 텐데.” ‘우리들의 유재하’는 대회를 거치며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을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싱어송라이터 친구들을 얻은 것이라고 대답한다. 혼자 덩그러니 음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노래를 쓰고 연주하고 부르는 음악가가 곁에 있다는 건 빛보다 밝은 우정이었다. 공연 ‘우리가 만난’을 마치고, ‘우리들의 유재하’ 멤버 각자의 결과물이 차근차근 쌓여 어느새 11월 1일이 되면 < 우리들의 유재하 Vol. 4 >가 조용히 세상에 나올 것이다. 내년, 내후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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