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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잔다리 페스타

올해로 세 번째. 갈수록 잔다리 페스타가 해야 할 일이 늘고 있다.

공연/음악 | 2014/09/29 | 글.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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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을 위한 페스티벌. 잔다리 페스타는 거기에서 시작했다. 흔히 홍대 앞이라는 문화를 형성한 건 인디 밴드들이었지만, 정작 그들의 존재감은 비대해진 상권에 가려져 (클럽이 대개 자리한) 지하에 묻혀 찾을 수 없게 됐다. 그마저도 점조직으로 흩어져 있어 각자의 의견이 노래처럼 퍼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잔다리 페스타는 그 목소리들을 한데 모아 대변하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했다. 근년 록 페스티벌을 여름의 당연한 순간처럼 여기는 신드롬이 한창일 때 문을 연 잔다리페스타는, 자연스럽게 그 신드롬에 대한 홍대 인디 신의 잔잔한 대답처럼 여겨졌다. 2014년의 여름은 무더위도 모른 채 선선히 지나갔고, 공교롭게도 록 페스티벌의 거품 역시 확 잦아들었다. 잔다리 페스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묵묵히 세 번째 자리를 준비했다.

 

△ 잔다리페스타 공연 일정표

 

△ 2014 잔다리페스타 라인업 포스터

 

라인업 포스터 속 빼곡한 이름들은 모두 같은 모양 같은 크기로 적혀 있다. 헤드라이너와 스테이지의 경중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마니아를 지나 일반 대중들의 방문까지 이끌어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하려면 적당히 볼드라도 주어야 할 테지만, 잔다리 페스타는 정체성이 우선이다. 활동을 시작한 지 15년이 넘는 베테랑, 이제 막 무대가 익숙해진 신인 할 것 없이 모든 참여 뮤지션이 동일한 개런티를 받고 출연한다. 행사 공식 SNS가 지명도에 다라 특정 아티스트를 무겁게 홍보하는 일 역시 없다. 아티스트를 그저 나열 하는 데 그칠 뿐이다. 평등한 한편, 공연에 참여하는 200여 팀 가운데 상대적으로 이름을 충분히 알리지 못한 밴드가 돋보일 만한 메리트 역시 제공하지 않는 셈. 쇼케이스형 페스티벌을 지향하는 잔다리페스타는, 뮤지션이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알려 객석을 채우기를 기대한다. 실제로 지난 페스티벌에서는, 홍보에 부지런했던 뮤지션들이 그 날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음악을 선보일 수 있었음은 물론 점점 더 큰 무대에 오르는 가파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작년 밴드 피해의식이 잔다리페스타 공연을 위해 직접 제작한 홍보 영상

 

잔다리페스타의 또 다른 특징은 몇 백 팀의 뮤지션들을 홍대 일대로 끌어 모은다는 점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입맛에 맞는 밴드를 찾아 얼마든지 장소를 옮길 수 있다. 한때 홍대 인디 신의 자구책으로 기획됐던 클럽데이, 사운드데이의 포맷과 같다. 다만 잔다리 페스타는 이점을 뮤지션에게도 향하도록 했다. 제 공연을 마치면 다음 무대가 시작하기 전에 장소를 뜨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평소 소문으로만 듣던 밴드를 직접 확인하거나 우연히 미지의 고수를 맞닥뜨릴 수 있는 기회를 열어 놓은 것이다.


참여 아티스트 첫 해 204 팀, 그 이듬해 346 팀. 올해의 잔다리 페스타는 그 수를 다시 200여 팀으로 줄였다. 장소와 뮤지션은 대폭 늘었지만, 실상 페스티벌을 찾았던 관객수는 엇비슷해서 객석이 차지 않은 공연장이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금전적인 측면에서 난점이 드러난 건 당연하고, 공연을 즐겨야 할 뮤지션과 관객 모두 상대적으로 미지근한 분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애초의 밀도를 되찾기 위해 참가 지원 뮤지션들을 애써 덜어내야만 했다. 지방 출신의 뮤지션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였던 ‘팔도 스테이지’도 따로 진행하지 않고, 오로지 밴드의 라이브 기량을 기준으로 참여 팀을 선정했다. 3일 간 진행되던 쇼케이스 스케줄 역시 첫 날은 음악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비공개 행사로 할애해, 10월 11, 12일 양일만 진행될 예정이다. 두 번째 잔다리 페스타가 끝나고 올해 4월 영국의 리버풀사운드시티, 8월 러시아의 브이록스 페스티벌에 한국의 걸출한 밴드들이 잔뜩 환대를 받고 온 것처럼, 이번 잔다리 페스타에는 스무 팀이 넘는 해외 밴드들이 서교동 땅을 밟을 예정이다.


그러므로 잔다리 페스타는 3일 만에 끝나지 않는다. 올해는 해외의 뮤지션들과 함께 브이록스의 운영진이 이곳을 도착해 벽안을 크게 하고 한국의 인디 신을 가까이 들여다볼 것이다. 그들의 감식안에 든 팀은 향후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얻을지도. 3일 간의 축제보다 한국의 인디 신은 훨씬 길기에, 잔다리 페스타의 천천하고 긴 호흡을 오랫동안 주시해볼 만하다.

 

올해 잔다리페스타를 찾는 해외 뮤지션 가운데 몇 팀을 골랐다.

 

머미 트롤 (Mumiy Troll)
머미 트롤은 1983년 결성 이래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러시아의 밴드다. 30년간의 활동 기간에서 엿볼 수 있듯, 각 시대의 트렌드라 할 만한 사운드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프론트맨 일리야 라구텐코는 머미 트롤을 이끌며, 에이즈를 비롯한 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전방위에 걸친 활동으로 자국에서 아이콘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는 잔다리 페스타와 협력하고 있는 브이록스 페스티벌도 운영한다.


△ Mumiy Troll - Vladivostok 2000 ( 1998)
러시아 MTV가 1998년 개국하며 처음으로 방영한 자국의 뮤직비디오

 

모야 (moja)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일본 밴드. 2인조 밴드야 말로 라이브에서 가장 격렬한 에너지를 드러낸다는 속설을 보란 듯 증명한다. 스테이지가 아닌 플로어에서 연주를 해 스스로의 스타일을 ‘FLOOR LIVE'라고 부른다. 해외 공연도 활발히 하며, 한국은 재작년 서울과 올해 제주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가졌다. 제주도에서 두 번째 공연을 마친 후, 곧장 잔다리 페스타를 찾아온다.


△ 2012년 살롱바다비에서 열렸던 모야의 첫 서울 라이브.

 

코린 메이 (Corrinne May)
싱가폴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코린 메이는 2001년 앨범 < Fly Away >로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5장의 정규 앨범 발표했다. 그녀의 앨범은 이미 한국에서도 두 차례 정식 발매됐고, 몇몇 광고에 CM으로 사용된 바 있다. 2년 전에는 로이킴이 < 슈퍼스타 K4 > 결승 무대에서 자작곡으로 발표한 ‘스쳐간다’가 그녀의 노래 ‘Beautiful Seed'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 데뷔 앨범 < Fly Away >에 수록된 “If You Didn't Love Me”. 위대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캐롤 킹과 캐롤 베이어 세이거가 작곡에 참여해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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