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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성 단편선

단편선과 선원들 1집 앨범발매 기념공연 < 동물 >

길에서 만난 동물을 다시 만날 확률이 드문 것처럼, 단편선과 선원들의 < 동물 >은 지금 듣고, 지금 봐야 한다.

공연/음악 | 2014/08/13 | 글. 유지성(< GQ KOREA >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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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선은 뭐든 정확하게 말한다. 음악에 대한 글을 쓸 때도, 인터뷰에 임할 때도 애매모호한 얘긴 잘 꺼내질 않는다. 직접 작성한 보도 자료엔 어떤 의도로 이 음반을 만들었는지, 어떤 방식을 사용했는지가 정갈하게 쓰여 있다. 즉, 언제나 자신이 하는 음악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적절한 말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음악이 그저 들어서 좋으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라면, 단편선의 음악은 좀 낯설 것이다. 고분고분 쉽게 들리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단편선이 현장과 맞서듯, 음악과 진득하게 대면하다 보면 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음악가의 의도를 추측하게 된다. 그리고 단편선의 음악엔 그런 의도를 파악하는 재미가 있다. 단편선은 자기가 쓴 글로든, 매체와의 장문의 인터뷰로든, 같이 지내는 친구들의 면면으로든, ‘행동하는’ 생활태도로든 그 힌트를 충분히 남기는 뮤지션이다.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단편선은 이미 첫 번째 정규음반 < 백년 >으로 음악감독의 역량을 증명했다. 솔로 작이긴 했지만, 그동안 기타 하나 메고 무대에 올라 부르던 단편선의 음악과는 꽤 차이가 있었다. 그것을 변신이라 말할 수도 있고, 진일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편선은 이전까지 주로 포크 뮤지션으로 분류되었지만, 어쩌면 포크 뮤지션에겐 큰 부분이 아닌 편곡이란 도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스스로 그 틀을 깨고 나왔다. 유별난 보컬리스트이자 작사가,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현상을 대하는 태도로서 단편선은 이미 유명했다. 달리 말하면 단편선이란 사람이 없으면 단편선의 음악도 존재감이 덜할 것 같았다. 하지만 < 백년 >은 음악가보다 음반을 먼저 내세울 수 있는, < 백년 > 소개 글을 쓴 음악애호가 미묘의 표현을 빌리자면 “레코딩의 형태가 아니면 만들어내기 힘든 지점까지 도달하기 원한 것으로” 보이는 음반이다.

 

이어 발매한 < 처녀 > EP에서도 그의 실험은 계속되었다. EP 치고는 긴 31분의 시간동안 그는 꽤 많은 것을 혼자
해낸다. 기타 대신 신디사이저도 치고, 목소리에 어질어질한 리버브를 걸어보기도 하는 식이었다. < 백년 >처럼 누군가와 힘을 합치든, < 처녀 >처럼 씩씩하게 혼자 해내든 단편선이 만드는 음악의 스케일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그런 단편선이 단편선과 선원들이란 밴드로 돌아온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8월 말 발매 예정인 < 동물 >의 트랙리스트를 보면 단편선이 이미 발표한 노래와 새로운 곡들이 섞여 있다.


새로운 곡들에 대한 호기심도 호기심이지만, 그보다 이미 발표된 노래들이 어떤 식으로 바뀌었을 지에 대한 기대가 앞선다. 무대로부터, 어쿠스틱 기타 한 대에서 출발한 단편선의 노래는 공연을 거듭할수록 진화, 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단편선과 선원들 역시 갑자기 만나 “짜잔”하고 음반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무대에서 합을 맞추며 그들의 곡을 서서히 발전, 완성시켜왔다.

 

게다가 바이올린, 퍼커션, 베이스란 밴드 구성은 기존의 단편선이라는 뮤지션과 더욱 거리를 두는 듯한 모양새다. 궁금증은 더 커진다. 어쨌든 지금까지 공개된 무대를 보면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이 뒤섞인 새로운 팝 사운드를 들려주고 싶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진 않는다. 더군다나 자신의 음악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고, 가감 없이 말하는 단편선이 오해받기 좋은(그 동안의 한국적 록, 본토 힙합 등의 개념 왜곡으로 인해),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는 “동서양의 조화” 같은 말을 하고 있다면, 대체 어떤 음악이기에 그런 얘길 하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들의 무대를 미리 맛볼 수 있는 < 네이버 뮤직 온스테이지 >는 궁금증을 해소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 링크) 네 멤버들은 조화로운 한편 제 역량을 최대한 살린다. 악기별로 돌아가면서 노래 중간에 보컬 파트만큼 긴 ‘잼’을 하기도 한다. 연주는 자유롭게 확장되며, 때로 불협화음을 낸다. ‘노란 방’에서 현악기와 퍼커션이 섞일 땐 라틴 음악 같이 들리다가도, ‘함께 떠날까요’에서 어쿠스틱 기타와 바이올린이 맞붙을 땐 마치 대항해시대의 항구에서 울려 펴질 법한 음악의 정취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단편선은 여전히 머리를 세게 흔들고, 다리를 무릎까지 치켜들며 온몸으로 노래를 부른다. 동양인이 낼 수 있는 이상적인 보컬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서울의 뮤지션 단편선의 모습이다.

 

조화란 서로를 죽이고 들어가 하나로 뭉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단편선과 선원들처럼 서로의 완전한 모습을 존중하며 부딪히면 부딪히는 대로, 어우러지면 어우러지는 대로 길게 내버려두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렇게 밴드라는 틀 안에서 개개인의 최대치를 지향한다. 그리고 볼륨으로든, 소리의 정확성으로든 그런 최대치를 가장 정확히 만끽할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공연장이다. 또한 < 동물 >은 이미 발매일을 앞두고 있지만, 각각의 곡은 또 새로운 발견을 향해 돌진해나갈 것이다. 오늘의 최대치는 오늘뿐이다. 당장 지금이 지나면 없다. 그래서 진짜 동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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