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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의 놀이

4월 단편상상극장 - 이랑의 놀이

지난 4월 18일 ‘4월 단편상상극장’은 '이랑의 놀이'라는 테마로 이랑 감독과 <혼자를 기르는 법> 김정연 작가가 초청되었다.

영화 | 2017/04/21 | 글. 안수연 (KT&G 상상마당 전략기획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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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단편상상극장 - 이랑의 놀이> 포스터

 

 

 

지난 4월 11일부터 오는 5월 2일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4월 단편상상극장>에서는 <이랑의 놀이>라는 테마로 ‘신의 놀이’로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포크노래 부문을 수상한 뮤지션이자 영화감독 이랑의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2편의 단편영화 <변해야 한다>, <유도리>와 함께 ‘프로펠러’,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신의 놀이’, ‘나는 왜 알아요/웃어 유머에’ 4편의 뮤직비디오 작업까지 한 자리에서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다.

 

지난 4월 18일에는 이랑 감독을 초청해, <혼자를 기르는 법> 김정연 작가가 모더레이터로 GV를 진행했다. 영화와 뮤직비디오에 대한 애정이 가득담긴 김정연 모더레이터의 섬세한 질문, 차근하면서도 재치있게 답하며 대화를 이어간 이랑 감독, 그리고 웃음이 가득했던 관객들로 채워진 GV 현장에서의 대담 중 일부를 소개한다.

 

 

 

 

▲ <프로펠러> 뮤직비디오 스틸컷 

 

 

 

 

 

'프로펠러' 뮤직비디오를 이루고 있는 안무들이, 뮤직비디오를 위한 단 하나의 춤이면서도 구성원들이 다른 안무들을 익히고 있는 느낌을 받아요.
제가 한예종 영화학과를 나왔는데 연기과 친구들 중 몸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같이 해보자고 해서 느슨하게 6개월 정도 시간 될 때마다 연습실에 모여서 춤을 췄어요. 5개월은 샤이니 춤을 추며 놀다가 촬영일이 가까워지니까 어쩌지 하면서 결과적으로 단순하게 노래를 다시 들어보자고 하면서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았던 게 프로펠러 돈다, 돈이 없어 갇혀있다 나가지 못한다, 였기 때문에 갇혀서 돌자고 해서 갇혀서 돌기 시작했어요. 출구가 없어 보이는 공간에서 아무도 나가지 못하고 계속 빙글빙글 도는 동선을 짰어요. 5개월 반 정도는 샤이니 춤을 추고 촬영 일주일 전부터 동선을 급하게 짜면서 맞췄어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는 또래 친구들과 작업을 하는 게 어떤지 궁금해요.
저는 일찍 집을 나와서 친구가 가족이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가족과의 유대감이 굉장히 깊다면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에서 충분히 유대감을 느끼고 혼자 나와서 혼자의 생활을 즐길텐데, 저는 계속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일을 하게 되면 되게 여러 사람이랑 같이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디어는 혼자 떠올리지만 막상 일을 할 때에는 주변 사람들이랑 같이 하는 게 되게 즐겁고 전 그래요.

 

 

 

 

 

▲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 스틸컷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에는 노래 부르는 모습과 첼로를 연주하는 모습만 나와요. 노래가 흐르는 동안 자세의 변화, 빛의 변화를 보는 긴장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2집 앨범에서 선공개할 곡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로 결정했던 건, 녹음했던 날이 생생했기 때문이에요. 혼자 컴퓨터 앞에서 부르는 사람이라 스튜디오 같이 밀폐된 곳에서 집중해서 노래하는 걸 아직 잘 못하거든요. 제가 편하게 생각하는 커피점에서 하고 싶어서 새벽 시간에 종종 가서 녹음을 했었어요. 첼로 세션에 녹음을 부탁해서 레코딩을 하는데 너무 연주를 잘해서 3, 4곡을 모두 거의 1테이크만에 끝내버린 거에요. 김밥을 먹으면서 얼마전에 만든 데모곡이 있는데 어떻게 풀어야할지 모르겠다고 제가 기타 치며 부른 노래를 들려줬는데 한 번 해보자고 해서요. 그 날 첼로만 녹음하러 갔다가 녹음까지 하게 된 거였어요. 친구는 처음 든는 곡이니까 곡의 구성도 모르고 언제 시작해서 끝나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마주보고 약간 판소리하듯이 서로 긴장 상태로 불렀는데요. 그 느낌이 너무 너무 좋은 거에요. 목소리가 마음에 썩 들진 않지만 그 때 현장감 때문에 그대로 살렸고요. 그 느낌이 좋아서 영상도 너무 찍고 싶었어요. 다시 찍어보자 해서 재현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뭔가 연기하는 것 같아서 방금 긴장감있게 녹음이 끝나자마자 다시 들어보는 모습을 재현하자고 해서 찍기로 했어요.

 

 

 

 

 

 ▲ <나는 왜 알아요/웃어, 유머에> 뮤직비디오 스틸컷 

 

 

 

 

 

<나는 왜 알아요/웃어, 유머에> 뮤직비디오는 드랙 화장이 나왔어요.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서 새로 마련된 컨셉이 아니고 이미 했었던 놀이라고 해야할까요.
처음 하게 된 건 작년 퀴어 퍼레이드를 친구들이랑 나가려고 했는데, 친구 중 한 명이 드랙으로 나가고 싶다고 제안을 했어요. 근데 혼자서는 못 나가겠다고 창피하다고 같이 해보자고 해서 그 친구랑 다른 친구랑 했다가 점점 많아졌어요. 저도 처음 엉망진창으로 연습을 했지만 점점 드랙에 대해 점점 알게 되면서 너무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코스프레는 이미 있는 캐릭터를 재현해서 움직이지만 드랙은 자신이 캐릭터를 만들 수 있잖아요. 자기 컨셉대로 화장을 하고 캐릭터를 부가해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게 짜릿한 거에요. 이미지가 세게 나오니까 저절로 태도가 근사해지더라고요. 하고 싶은 데 무섭다고 했던 친구는 평소 다정한 성격의 친구인데, 드랙을 하게 되면 말투도 바뀌는 거에요. 그런 게 너무 재미있고 치유가 되는 경험을 했어요. 내가 나이지만 좀 더 내가 생각하는 멋진 나로, 하지만 그것도 나이고 하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드랙을 하면서 화장 기술도 늘어서 행복해졌어요.

 

대낮에 한껏 꾸미고 음식을 하고 나누어 먹는, 밝은 느낌으로 촬영을 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드랙 이미지를 건강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밝은 대낮에 햇빛이 잘 들어오는 데에서 드랙을 하고 차를 타고 어디를 가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자, 공항에 가자, 장을 보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도슨트 팀과 만나서 회의를 몇 번을 했는데, 드랙 화장을 밝은 집에서 하는 것까지는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드랙이 되어서 뭘 할까 아이디어가 안나왔었어요. 도슨트 감독님이 그럼 주로 드랙하고 뭐하냐고 해서 옷 입어보고 가발쓰고 놀다가 집에서 맛있는 거 만들어 먹는다고 했더니 그럼 그걸 찍자 했어요. 그래서 저 날은 모여서 아침부터 화장을 하고 밖에 나가서 포즈 좀 잡다가 집에 들어와서 전을 부쳐 먹었어요. 

 

 

 

 

 

▲ <신의 놀이> 뮤직비디오 스틸컷  

 

 

 

 

좋은 영화를 통해 '신의 놀이'를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가사가 나와요. 카메라가 높은 곳에서 춤을 추는 대형을 조망하는 모습도 보이기도 하고요.
'신의 놀이'라는 단어는 영화과 수업을 들으면서 나왔던 거에요. 영화과에 들어갔던 이유는 이창동 감독님을 너무 좋아해서 이창동 감독님이 있는 학교에 가고 싶다고 생각해서 간거였어요. 4학년 연출 수업 때 가장 좋은 연출은 카메라 앞에서 우연히 벌어지는 걸 담기만 한 것처럼 했을 때 가장 좋은 연출이다, 라고 했어요. 꾸며내서 한 건 좋은 연출이 아니다, 우연히 중요한 장면을 본 것처럼 담아내면 그게 신의 경지에 있는 연출이고 그렇게 모든 감독들이 담아내고 싶어한다고 했었거든요. 그거에 되게 공감을 해서요.

 


서울에 살아있는 사람들이라면 깨어있는 시간을 거의 노동으로 활용을 할텐데, 그걸 율동 갔다고 느낀 계기가 궁금해요.

22살 때 레스토랑 부엌에서 일년 간 휴학을 하고 일을 했는데, 하루에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13시간 정도 일을 했어요. 일에 능숙해지면서 리듬에 능숙해지는 것 같아요. 오븐에도 데고 그랬었는데, 익숙해지면 일은 빠르고 되게 일이 잘되고, 이게 내가 춤처럼 느껴질 때에는 익었다는 건데 나는 요리사 춤을 추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 춤을 출까 처음 생각을 하고 그걸 신의 놀이를 만들면서 다시 복기를 한 거에요.


스무가지 직업군을 앨범을 준비하면서 틈틈히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지인 소개로 한 명씩 찾아가서 룰을 몇 개 가지고 있었는데, 그 분들 일터에 가서 만난다, 일터를 배경으로 저와 이야기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동작들을 보여주세요 하면 마임으로 보여주고. 도구가 없어야 얼마나 능숙한지 볼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더듬더듬 거리지만 금방 나오고요. 그 직업이기 때문에 신체 변화와 고통에 대해서 설명을 해달라고 했을 때 그 분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그 질문을 드리니까 몸을 만지더라고요. 몸을 만지는 동작들로, 두 가지 패턴을 땄어요. 그걸 연결해서 만들었어요. 
 

<신의 놀이>를 만들기 위해 인터뷰를 하면서 느꼈던 게 일을 굉장히 잘 하게 되면 죽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마임으로 보여주는 데도 이미 제가 추는 춤보다 훨씬 더 경지에 있는 동작을 가진 사람은 나이가 많고, 일에 능숙할 수록 몸이 많이 굽어있고 변형되어 있고 죽음에 가까워져 있고요. 만들면 만들수록 조금 더 잘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되고 되게 잘하게 되면 그 때 죽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든 걸 능숙하고 잘하게 된다는 게 신의 경지라고들 하잖아요. 신의 경지는 인간에서 신이 되는 게 아니라 인간이 뭔가 쌓아서 죽어버리니까 그게 되게 분통하다고 항상 생각을 했고요. 저기에 뭔가 있을 거란 걸 믿고 있으면서도 내가 왜 죽어야해, 라고 말을 하게 되는데. 성경을 보니 사탄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근데 지배를 하나님이 언제까지 지켜보는 게 아니라 아마겟돈으로 쓸어내고 에덴동산의 상태로 만들것이란 말이 있어요. 그럼 난 지금 운나쁘게 사탄의 세상에 살고 있는 거잖아 생각이 들면서 <유도리>가 그래서 나오게 된 거였었어요.

 

 

 ▲ (위) 영화 <유도리> 스틸컷, (아래) 영화 <변해야한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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