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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시간

영화 <보이후드>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어른의 시간을 되돌리는 대신, 소년의 시간을 모으기로 했다.

영화 | 2014/10/13 | 글. 김수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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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후드> 메인 포스터

 

“어느 날 감독님이 제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 12년 동안 뭘 할 거냐고 물었죠. 그리곤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전 바로 하겠다고 했죠.” –패트리샤 아퀘트.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2002년 5월(그러니까 <스쿨 오브 락>의 촬영을 앞두고 있을 즈음) ‘12년 프로젝트’란 가제가 붙은 작품의 촬영에 착수한다. 여섯 살짜리 소년 ‘메이슨’이 대학 신입생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같은 배우들과 12년 동안 촬영하고, 이를 편집해 한 편의 영화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2002년 당시 <텍사스의 얼간이들>에서 조슈아 잭슨의 아역으로 데뷔한 엘라 콜트레인이 주인공 ‘메이슨’ 역할을 맡았다. <비포 선라이즈>(1995)를 시작으로 <뉴튼 보이즈>(1998), <웨이킹 라이프>(2001), <테이프>(2001)까지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고 있던 에단 호크가 소년의 아빠 역할을, 당시 미셸 공드리의 <휴먼 네이처>를 끝낸 패트리샤 아퀘트가 엄마 역할로 합류하게 된다. 소년의 누나인 ‘사만다’ 역에는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실제 딸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가 캐스팅됐다. 평소 노래와 춤을 즐기던 딸을 눈여겨본 감독이 출연을 제안했고,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모습으로 영화에 처음 등장시킨다. 소년 ‘메이슨’과 가족이 겪는 12년의 시간을, 12년 동안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로) 담아낸 <보이후드>는 각본에 따라 매년 정해진 분량을 찍고, 흩어지고, 재결합하는 과정을 거치며 완성됐다. 배우들을 포함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태프들은 계약서 조차도 쓸 수 없었다. 7년 이상의 스태프 계약 자체가 불법인 미국에서 12년짜리 계약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만약 12년 사이에 감독인 리차드 링클레이터가 사망한다면, 작품의 통제권을 에단 호크에게 위임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만큼 <보이후드>는 제작 과정과 완성이 놀라운 영화에 분명하다.

 

▲<보이후드> 스틸

 

“모든 이들에게 질문을 던질만한 거리가 많을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사람들의 성장 과정에는 분명 어떤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죠. 메이슨의 평범한 이야기를 그리는 이 방법이, 다른 사람들도 공유할 수 있는 순간을 담아낼 수 있을 거라고 항상 생각했습니다.” –리차드 링클레이터.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말처럼 이야기는 평범하다. 여섯 살 ‘메이슨’과 그의 누나 ‘사만다’는 엄마 ‘올리비아’와 텍사스에 살고 있다. 이혼한 아빠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캠핑을 가거나 야구장에 데려 가며 친구처럼 놀아주지만 함께 살 수는 없다. 게다가 엄마의 일 때문에 계속해서 낯선 도시로 이사를 다녀야 하는 메이슨은 외로운 나날을 보내며 점차 성장해간다. 소년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 것인지 <보이후드>는 가만히 지켜보며 시간을 쌓아갈 뿐이다. <보이후드>는 어느덧 50대 중반이 된 리차드 링클레이터가 회고하는 유년기가 아니라, 가상의 소년 ‘메이슨’과 그 소년을 연기하는 배우의 시간을 모으며 인생을 관찰하는 영화다. 꾸준함과 집요함, 그리고 무엇보다 스태프 간의 믿음이 중요했던 시간 수집 과정은 작업이 거듭될수록 탄력을 받았다. “촬영을 시작했을 때, 나는 이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알고 있었다”고 밝힌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에 대한 신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단순히 우연에 기대 매년 일어나는 재미난 해프닝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보이후드>라는 하나의 이야기를 이미 완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연작을 통해 같은 배우들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준 것처럼, <보이후드>는 한 편의 영화에서 그 변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또 오바마 피켓 같은 에피소드를 통해 미국 사회의 변화도 엿볼 수 있으며, 콜드플레이의 ‘Yellow’부터 아케이드 파이어의 ‘Deep Blue’까지 시간에 따라 다양한 음악들이 등장해 반가움을 주기도 한다. 그렇게 모아진 수많은 시간들은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묵직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보이후드> 스틸

 

<보이후드>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열렬한 찬사를 받으며 은곰상인 감독상을 수상했다. “최근 10년 내 가장 위대한 영화.-<가디언>” 같은 어마어마한 이야기들도 쏟아졌다. 영화평론가와 각 매체 전문가들의 평점을 모아 공개하는 메타크리틱에서는 100점을 기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메타크리틱 지수가 100점을 기록한 영화는 <대부>, <오즈의 마법사>, <화니와 알렉산더>,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 고전이 대부분으로, 현재 <보이후드>를 포함해 총 11편 뿐이다.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분명 경이로운 시간을 만들어냈고,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는 순간 역시 그럴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보이후드>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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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omments

이귀* | 2014.10.15

티저 예고편만 봤습니다만 정말 기대되네요! 12년 기간 동안 촬영했다는 점도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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