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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 유일한 이유

자끄 앙리 라띠그 <라 벨 프랑스!>전

시각예술 | 2017/04/25 | 글. 최선아 (SSMD 서포터즈 The B 1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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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띠끄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사진을 찍는 유일한 이유는 그 순간 행복하기 때문이다”

 

 

ⓒJean-Loup Sieff

 

 

1894년, 프랑스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자끄 앙리 라띠그.


여섯 살 때 아버지에게 처음 카메라를 선물 받은 라띠그는, 지인들과의 행복한 기억들을 붙잡아 두기 위한 수단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그 매력에 빠르게 빠져들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20세기 프랑스 상류층의 일상생활을 아름답게 포착했다. 사진에는 인생의 아름다운 찰나가 담겨있고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 행복한 순간들이 가득하다. 'La Belle France(아름다운 프랑스)!', 그가 보고 느끼는 프랑스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라띠그는 사진을 한가지 방법으로만 찍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하나의 단어, 키워드로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이번 전시는 그의 인생의 여러 가지 키워드를 정해 사진을 보기 쉽게 정리해놓았다. 

 

 

 


기억의 방법,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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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부터 놀라운 감수성을 타고난 자끄 앙리 라띠그는 그가 경험하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기억은 언제나 연약하고, 불완전하며, 빈틈이 많아서 붙잡고 싶은 기억과 행복한 순간들은 언제나 사라질 위협에 처해 있었다. 사진은 결국 사라지게 될 행복한 순간들을 포착하는 동시에 그것의 소멸을 설명한다. 라띠그의 천재성은 그가 찍는 것이 기억도, 행복도 아닌 그것들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것에 있다.

 

 

 

 

순간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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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안목, 순간의 마법, 일상생활을 크게 변화시키는 모든 신기술들에 매료되어 이들이 야기할 인식의 전환을 직감했던 라띠그는 매순간 현실에 존재하는 모호성을 포착하고 강조하면서 사진가로서 자신만의 시각을 구축했다. 그의 사진은 표면적으로 정적인 듯 보이지만 순간의 지속 가능성, 움직임, 시간적 한계를 벗어나는 법, 그리고 평범한 인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가끔 작품에 매료되어 그 자리에 머물러 오래도록 바라보게 되는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이 그런 사진 아닐까. 수평선 위로 동이 트는 찰나의 순간, 유유히 수영하며 지나가는 인물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담아 인적 드문 새벽의 고요함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흑백사진 속에서 느껴지는 고요함과 물결을 가로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라띠그가 추구했던 순간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프레임의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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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띠그는 찍는 순간마다 개입하는 구도 탐구에 열중했다. 때로는 아주 낮은 아이의 시선으로 때로는 행인의 걸음걸이나 운동 선수의 속도감과 같이하기도 하고 신기술에 대한 관심으로 사진을 일부 조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표현도구를 정확히 인지한 라띠그는 사진의 주제에 따라 구도를 달리했다. 여기에는 건축적 요소들이 개입한다. 틈 사이로 펼쳐지거나, 거울에 반전된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인해 사람들이 붙잡힌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 르네, 1930년 6월, 빌라르 드 랑스

 

 

 

 


시간의 축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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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기술 혁명으로 과학과 예술, 또는 일상생활 속에서 현실을 자각하는 방법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바로 가속도라는 개념의 등장이다. 젊은 라띠그는 새로운 것에 대한 명민한 직감으로 이 개념의 유연성을 빠르게 습득했다. 특히 자동차 경주 관람을 즐겼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속도의 물리적 현실을 포착하고자 했다.

 


 ▲ 들라주, 1912년 6월 26일, 프랑스 그랑프리

 

 

 

 


날다, 뛰어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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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조금 더 가볍고 다루기 쉬운 스테레오 카메라를 선물 받은 라띠그는 전보다 정교하게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의 작품에 뛰어오르는 장면이 유독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 속 인물들의 도약은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해 보이지만 삶의 순간 그 자체로써 사진가인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활력이 되어주었다. 


 

 
▲자니 리만, 1926년 9월, 루아양

 

 

 

 


 

 

 


즐기다,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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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띠그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 '영혼'을 통해 시간을 지속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에게 '영혼'은 진지하지 않은 유머를 의미한다. 어렸을 때부터 온 가족이 함께 스포츠처럼 즐기던 우스꽝스러운 놀이를 통해 중력의 부재, 그 가벼움을 터득한 듯하다. 내던져지고 넘어지는 순간 인물들은 대부분 흙탕물이 튀고 치맛자락이 뒤집어지는 폭소로 끝난다.

 

 

 

 

 


우아한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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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봄, 16번째 생일이 채 지나지 않은 라띠그는 돌연 패션, 특히 그 매개자인 아름다운 여인들에게 이끌린다. 우아한 여인들이 화려한 드레스를 뽐내며 산책하던 볼로뉴 숲 거리에서 몇 달 동안 카메라를 짊어지고 배회한다. 그는 걸을 때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그녀들의 그림자에 집중했다. 기울어진 프레임과 낮은 시선은 그의 환희와 알 수 없는 부끄러움, 그로 인한 흥분을 표출하고 있다.


 

 

 

 


라띠그의 피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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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상류사회 인사들과 작가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로도 활동했던 라띠그는 그들과 가깝게 지내며 다양한 방식으로 영감을 주고 받았다. 그 중 특히 본인 스스로도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파블로 피카소의 교류를 통해 그의 일상생활 속 편안한 모습을 촬영한 라띠그의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무한함에 매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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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과 같은 자연의 거대한 변동은 인간에게 있어 절대적이다. 유한한 세상에서 그림자만이 우리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라띠그는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의 작품 속 희미한 실루엣은 부유한 상태로 허공에 정지한 채 우리가 이 땅에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것뿐임을 나타낸다. 이때 그림자는 삶보다 더 실체적으로 다가온다.

 

 

 


 


앨범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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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부터 라띠그는 커다란 앨범에 자신의 사진들을 정리하고 분류하기 시작했다. 직접 찍거나 수집한 사진들로 채운 앨범 작업은 말년까지 이어졌다. 총 130권, 14,423쪽에 달하는 스크랩, 삽화, 배치, 날짜기록 및 메모들이 삶의 순간들을 구성하고자 했던 그의 의지를 보여준다. 1911년부터 날씨 등을 적거나 그려넣는 일기장을 갖고 다녔고, 그 기록은 70년 이상 지속되었다.


 
▲ 에덴 록 레스토랑의 비비, 1920년 5월, 앙티브

 

 

 

 


오토크롬 (Autochrome 최초의 컬러사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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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입골 살이었던 라띠그는 가브리엘 기프만과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상용화된 컬러사진 인화법을 접하게 된다. 사진가로서 자신의 시야를 넓혀준 이 새로운 기술에 경탄했다. 1912년에는 자신의 첫 오토크롬 판을 제작하기 위해 6x13cm 입체시 클라프 카메라를 사용했다. 현재 자끄 앙리 라띠그 재단에 입체시 오토크롬 작품이 약 80여 점 정도 남아있다.

자끄 앙리 라띠그의 작품은 일상 안에서 느끼는 행복을 보여준다. 그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는 라띠그. 전시를 보는 내내 라띠그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남는 건 사진뿐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번 전시를 보면서 그 말이 떠올랐다. 사진은 행복을 간직하기 위한 좋은 수단인 것 같다.

 

 

 

 

 

자끄 앙리 라띠그 - 라 벨 프랑스 (La Belle France)!

  기     간   2017년 4월 18일(화)~8월 15일(화)
  장     소   KT&G 상상마당 갤러리 4,5F
  관람시간  월-목 11:00 ~ 20:00, 금-일 11:00 ~ 21:00 (종료 1시간 전 입장마감)
  도 슨 트  금-일 11시/15시/18시 (오디오가이드 상시 운영)

  문의안내  02-2014-2017

  관 람 료   12,000원

* 기간 중 다양한 할인 이벤트 진행 : 상상마당 건물 1층 오른편에 위치한 포토월 작품을 찍어 5층 데스크에서 보여주시면 성인 기준 8,000원으로 입장 할인

 

 

 

Photographie J H Lartigue ⓒ Ministère de la Culture – France / AAJ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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