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상상마당이 주목하는 인물 인터뷰, 상상마당을 거친 사람들에 대한 포트레이트 그리고 아티스트 이야기를 담는 스티커

기자님

故 구본준 기자를 추모하며

구본준은 기자였다.

문화예술일반 | 2015/01/28 | 글.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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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2일, 구본준 기자의 돌연한 타계 소식이 전해졌다. 불과 한나절 전 트위터에 베니스의 풍경들을 올리곤 여기는 막 찍어도 있어 보인다며 너스레를 떨던 그였다. 정말 많은 사람들의 애도가 따랐다. 그와 일했던 다방면의 동료들은 물론, 며칠 전 유진상가와 세운상가를 함께 걸으며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이들, 구본준 기자를 글로서 만났던 독자들, 모두 한 목소리로 슬퍼했다. 아직 들여다볼 공간이 많은, 그 곳에 대한 사랑을 얼마든지 늘어놓을 준비가 된 기자가 이제는 다른 하늘에 있어야 함을 안타까워했다.

 


△ 한겨레신문사에서 엄수된 故  구본준 기자의 영결식 현장을 담은 영상

 

구본준은 스스로 문화를 다루는 기자임을 자랑스러워했다. 기자가 그의 첫 번째 직업은 아니었다. 90년대 중반을 바라보던 경제 호황기, 대기업 사원으로 1년 간 별 탈 없이 일했다. 하지만 느닷없이 추운 나라로 가서 일하라는 명을 듣고 곧장 사표를 썼다. 그리고 그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거라는 기대로 한겨레 기자가 되었다. 여느 일간지 기자처럼 그 역시 다양한 부서를 경험했다. 경제부에서는 기업 활동 분야를 맡아 전자, 정보통신, 정유 등의 업종을 취재하며 ‘직업’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기사를 썼다. 문화부 기자로서 홍승우 작가를 섭외해 (훗날 한국 대표 가족만화가 될) <비빔툰>의 연재를 이끄는 등 만화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글을 쓰겠다는 의지를 두르지 않은 채 기자가 되었지만, 구본준 기자는 글을 쓰는데 참 부지런했다. 한겨레 지면, 타 매체의 외고를 소화하면서도 일찌감치 블로그(http://blog.hani.co.kr/bonbon)를 열어 더 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기자가 독자에게 전해야 할 궁극은 역시 정보”라고 믿는 기자였다. 하지만 그의 글은 푸석푸석한 법이 없었다. 글이 다루는 대상을 쓰다듬는 손길로 늘 따뜻했다.
2007년부터 건축에 대한 글을 쓴 그는 2010년 어린이를 위한 교육서 <별난 기자 본본, 우리 건축에 빠지다>를 발간하고 건축가 이현욱과 도심의 아파트 전세값 수준의 돈으로 한 달 만에 집을 짓는 ‘땅콩집’ 프로젝트와 이를 기록한 <두 남자의 집짓기>를 완성하며 사회적으로도 주목받았다. 그 즈음부터 ‘건축 전문 기자’라는 수식은 자연스러워졌다. 아파트 투기 열풍의 물거품조차 이제 다 사그라진 시점, “건축은 부동산이 아닌 문화”라는 말을 모토 삼아 종횡무진하며 집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알렸다. 안식년을 보낸 작년에는 대학원에서 건축 이론을 공부해 박사 과정까지 수료했다. “저, 데뷔 했습니다.” 2013년, 책 <마음을 품은 집>을 내놓으며 그는 이렇게 썼다. 이미 단행본 여럿을 발표한 근 20년 차의 기자가 첫 건축 교양서를 발표하며 쓴 저 말은, 그가 한국을 사는 우리를 위해 더 깊은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었음을 이르는 것처럼 들린다. 텅 빈 아파트는 많지만 그곳에서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시대, 그러나 그는 지금 아주 먼 곳에 있다.

 


구본준 기자는 생전 KT&G 상상마당과 꽤 돈독한 연을 맺었다. KT&G 상상마당의 오프라인 공간이 문을 열고 20회 동안 진행했던 ‘열린포럼’ 운영위원을 철학자 강신주, 시인 김경주, 디자인 연구가 박해천 등과 맡았고, 상상마당이 펴냈던 잡지 <브뤼트>에 건축 기사를 연재했다.  2011년 말부터는 건축 이야기를 전해주는 강사로 활약했다.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의 프로그램에 썩 어울리는, 전문적인 건축 교육에 비해 한결 쉽고 친근한 강의였다. ‘구본준의 건축공감’은 2년 간 다섯 기수의 학생들을 만났다. 4주 간은 강의실에서, 마지막 1주차는 종로 일대를 같이 걸으며 서울을 체험하는 것으로 구성된 강의는 아카데미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인기가 좋았다. ‘건축공감’이 차수를 더하는 사이, 구본준 기자는 여러 강단에 오르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넓혔다. 전설적인 건축가 김수근의 어린이 회관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KT&G 상상마당 춘천 역시 그 출발을 기념하며 구본준의 글과 말을 청했다. 상상마당 웹진을 위해 개관 축사를 쓴 것을 시작으로 (▷ 링크 http://www.sangsangmadang.com/webzine/columnView.asp?seq=7799&Page=2&gubun=3) 개관 기념 특강 ‘놀이, 예술 그리고 상상력’을 통해 춘천 시민들을 만났고, 그들을 위한 ‘건축공감’의 강사를 추천했고 직접 수업 일부도 맡았다. 도시계획가가 꿈인 초등학교 4학년 아이부터 은퇴한 부부 교사까지 두루 참석한 ‘건축공감’은 서울과는 또 다른 활기로 진행됐다. 이 때의 동력으로, 상상마당 춘천은 춘천시문화재단과 함께 ‘건축공감’의 뜻을 넓힌 더 넉넉한 규모의 ‘도시문화학교’를 시행할 수 있었다. 곧 새 봄이 오면 두 번째 ‘도시문화학교’가 문을 열 것이다.

  

▷ 네이버캐스트에서 연재한 ‘건축기행’ 중 KT&G 상상마당 춘천 편. 이 글로 ‘건축기행’ 연재를 시작했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76&contents_id=63133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추리 동화 짓기, 골목길에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 그리고 건축 만화 스토리 쓰기. 세 가지 꿈 중 하나라도 언젠가는.” 타임라인이 멈춘 구본준 기자의 트위터 프로필에 적힌 문구다. 그가 직접 땅콩집을 지었던 경험을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 쓴 건축 그림책 <누가 집을 지을까?>가 발간되며, 우리는 그의 세 번째 꿈을 50 페이지 남짓의 동화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꿈들이 영영 바람으로만 남을 것 같진 않다. 김일현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가 나서서 지우 구본준 기자를 기리는 ‘본본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여러가지를 궁리 중이다. 건축, 만화, 사진, 그래픽 분야의 젊은 작가 가운데 한 명을 선정해 상패를 수여하는 ‘본본 문화상’, 기자의 원고를 체계적으로 수집한 문집의 발간, ‘본본 골목길 어린이 (만화) 도서관’ 건립이 지금까지 논의된 것이다. 구본준 기자를 기억하는 문화, 건축계 인사 140여 명이 이미 동참 의사를 밝혔다. 구본준 기자의 직업은 여전히 기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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