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상상마당이 주목하는 인물 인터뷰, 상상마당을 거친 사람들에 대한 포트레이트 그리고 아티스트 이야기를 담는 스티커

작가의 공부방

황선미 아동문학작가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표> 황선미 아동문학작가가 상상마당에서 '작가의 공부방' 강좌를 연다.

교육/강좌 | 2016/06/22 | 글. 안수연 (KT&G 상상마당 전략기획팀 대리) | 사진. 마수영(KT&G 상상마당 교육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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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작가님의 강좌 '작가의 공부방'이 오는 8월부터 KT&G 상상마당에서 진행됩니다. 그간 대학에서도 강의를 해오셨는데 상상마당에서 강연하시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아지트가 하나 필요하다는 생각을 쉬는 동안 문득 문득 했어요. 그 전에는 제자들 모임이 있었지만, 이제 작가들이 되기도 했으니 더 이상 작품을 위해서 대화를 하진 않거든요. 책 잘 읽었단 말은 하지만요. 저도 작가지만 쓰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저도, 오는 사람도 짧은 기간에 해보려고 안달복달 하지 않고 느긋하게 풍요롭게 상대를 알아가면서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시작을 이렇게 해보자 싶었어요. 바람직한지 지속적으로 가능한지요.


강좌명의 '공부방'이라는 이름이 인상적이에요. 창작을 안해보신 분들은 창작하는 것에 어떤 공부가 필요할까 궁금하기도 할 것 같고 또 어떤 분들은 작가는 영감에 기대어 쓰는 게 아닌가, 하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지속적인 공부가 작가에게 필요할까요?
국어, 영어, 수학을 할 건 아니고 사회에 대한 공부를 할 거예요. 어떤 문제든 사건이든 본질이 무엇인가 항상 고민을 해야 해요. 본질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채널도 많아야 하는 거고, 시각도 다양했으면 좋겠어요. 하나의 이슈에 대해서 각자의 입장을 한 번 써보고 정리도 해보고 포인트도 찾아보고 그걸 공부하는 거죠. 사회에 대한 공부에요. 거창하고 큰 거 아니고 작은 거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사소하고 개인적이지만 얘기해볼 만한 것들에 대한 공부요. 문학사적 공부, 그런 건 각자의 몫이고요.

 

커리큘럼 서두에 글을 쓰려면 '자신의 내면, 자신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결국은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까요?
오랫동안 학생들과 함께 했고, 다른 글들을 심사도 했지만, 아쉬운 건 자기는 감춰두고 다른 것들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 거예요. 그런데 대가들 보면 자기 얘기가 상당히 많아요. 교묘하게 활용하는 거죠. 학생들 중에서도 본인을 정말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한 사람은 성공했어요. 그런데 자기를 감춰두고 포장을 통해서 딴 소리만 하고 있는 사람은 아직도 작가가 안되었어요.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를 해부한다는 것, 파헤쳐놓는 거예요. (커리큘럼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야기한다 했지만 사실 머리카락부터 눈코입 손발까지 쓰고 싶었어요. 지금까지의 내 기억들에 대해서 표현하는 시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작가뿐만 아니라 화가라도 누구나 필요해요. 본인을 내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자는 거죠. 첫 번째 쿼터가 내 손에 어떤 기억이 있을까 하는 거예요. 제 손만 해도 다친 손가락이라, 자라지 못했어요. 자기 몸에 대해서 뜯어보기 시작하면 정말 많은 이야기가 나와요. 머리카락 때문에 놀림 당해본 적도 있을 거고요. 또, 간혹 장면들을 던져서 거기부터 생각을 출발해보는 것도 해볼 수 있을 거고요.

 

그리고 짧은 글쓰기를 반복할 거라고 들었어요.

사람들이 제일 못하는 것이 꿈은 원대하나 가장 기본적인 것, 문장을 못써요. 자기 표현력이 부족한 거예요. 매 시간 원고지 5~6매 정도의 글을 올리고 공유하고 자신의 이야기와 남의 이야기를 보고 말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진행의 핵심은 공유하는 거고 교감하는 거라고 봐요.

 

처음에 긴 글을 시도하지 않고 짧은 글을 시도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번 수업에서는 수업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짧은 글을 써요. 처음부터 긴 글을 쓰면 고치질 못해요. 본인이 전체를 핸들링을 못하는 거죠. 처음부터 길게 쓰고 감당을 못 해서 다 버리는 일이 너무 많거든요. 지금은 옛날과 다르게 짧은 글로도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가능하면 짧되, 포인트가 있는 글들을 갖는 과정을 통해 저도 하나를 완성할까 해요. 그래픽 노블처럼 이미지가 충분히 따라와 주는, 짧은 글인데 핵심이 있는 글로 저도 저 자신을 시험해볼 거거든요. 글 하나의 뭉치가 나야, 라고 할 수 있는 그게 되어야 해요.

 

이야기를 한 편 이상 완성해본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고 했어요. 한 편 이상 완성해본 작가와 아닌 사람은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요?
작품을 완성해본 사람은 글이 뭔지 알아요. 그런데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가기가 험난해요. 문예 창작과 학생들도 얘기를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허다해요. 작품 하나를 끝낸다는 것은 전체 레이아웃을 할 줄 안다는 거거든요. 레이아웃이 편집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작품에도 있어요. 조감도처럼 자기 글의 전체 구상을 본인이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예요. 어떤 글에 어떤 조감도가 있어야 하는지 해본 사람은 본인이 알아요.

 

선생님께서 어릴 때부터 글을 일상적으로 써오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식으로 일상적인 글을 이어가시는지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일기에요. 일기장이 산더미처럼 많아요. 매년 1권씩 있고 거의 매일 써요. 열몇 살 때부터 해온 일이니 수 십 년이 된 거죠. 어렸을 때는 일기장이 처치 곤란이라 많이 태웠어요. 누가 볼까봐 창피하기도 했고요. 한 달, 일 년 스케줄도 쓰고요. 주로 아침에 쓰는데, 오늘의 일정에 대해서 쓰고요. 그다음 날에는 어제 행동에 대해서, 약속이 취소되었다든지, 일을 하는 데 뭐가 힘들었다든지에 대한 것이죠.

 

일기를 매일 계속 쓰는 게 도움이 될까요?
도움이 되죠. 문장을 고치는 일이 별로 없어요. 쓰다가 틀리고 그런 일이 없어져요. 문장 연습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고요. 그리고 일단 기록이에요. 그런 것조차도 하다 보니까 포인트가 있어요. 습관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작가의 공부방' 커리큘럼 상에, '교류'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요. 글을 쓰는 건 개인작업이잖아요. 작가를 준비하거나 꿈꾸는 분들에게 서로 교류가 꼭 필요할까요?
어떤 교류냐, 가 중요해요. 남의 글을 볼 때 핵심을 찾아낼 줄 알고 생각 못 했던 걸 발견할 수 있는, 글에 대한 교류요. 공유된 글을 보면서 남의 글을 보는 거죠. 자기가 하는 이야기가 그대로 작품이라는 걸 모르면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말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들은 잘 볼 줄 안다는 거죠. 볼 줄 아는 사람들이 쓸 줄 알기까지 하면 되는 건데, 쓰지 않기도 해요. '쓰기'가 그렇게 일상적이고 통상적으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게 확실한 거죠. 함께 서로의 글을 보면서 글의 포인트는 이게 좋겠다, 하고 말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스스로 독서를 해서 찾아내는 게 아니라 글 쓰는 걸 목표로 두고 여럿이 모여서 대화할 때 알 수 있는 것들이네요.

그 시간 안에서만큼은 자신을 오픈할 수 있었으면 해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것에 대해 진지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땐 어떻게 하세요?
돌아다녀요. 글이 안 써질 땐 쉬어야 해요. 머리를 식혀야죠. 안되는 이유가 있으니까 찾아야 하고요.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원인을 찾는데 오래 걸린 경험이 있으세요?
너무 오래 걸리면 그 글은 포기하게 돼요. 적당한 시간 안에 다시 돌아가야 하고 원인도 찾고 고쳐내야 갈 수 있거든요. 안된다고 해서 잠시 쉬고 다른 일을 잡으면 하던 건 버려야 해요. 제 경우는 그래요. 힘들 때마다 피하고 딴 걸 잡으면 결국은 아무것도 못 끝내요.

 

동화 작가분들이 동화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어떻게 협업하시는지 궁금해요.
경우마다 달라요. 편집자가 읽어보고 이 글에는 그림이 어울릴 것 같다고 매칭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작가가 작업하고 싶은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어요. 작가가 하고 싶은 일러스트레이터를 제안해도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미국에서 나온) < 마당을 나온 암탉 The Hen Who Dreamed She Could Fly >은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Nocomo가 했어요. 미국 펭귄 출판사가 진행한 거고요. 이후에 영국에서 < 푸른 개 장발 The Dog Who Dared to Dream > 이 나왔어요. 영국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 '원월드' 출판사에서, <푸른 개 장발>은 '리틀 브라운' 출판사에서 나왔고요. 그런데 영국에서 나오는 책도 에이전트가 같은 일러스트레이터와 번역가에게 일을 맡겼어요. 제목도 같은 패턴의 제목을 붙였고요. 그랬더니 같은 작가의 책이라는 색깔이 확 살더라고요.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출판사가 다르지만 같은 느낌으로 나와서 프로모션도 같이 할 수 있게 되고요. 유사성을 갖고 진행할 수가 있었어요.

 

△ < 마당을 나온 암탉 The Hen Who Dreamed She Could Fly >, < 푸른 개 장발 The Dog Who Dared to Dream >

 

 

다른 책들도 있지만 특히 <나쁜 어린이표>에서 건우가 잘못하지 않았는데 자꾸만 나쁜 아이로 상황이 몰려가는 묘한 상황이 인상적이에요. 경험은 있지만 흔히 다뤄지지 않는 감정들을 캐치해서 잘 보여주신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동화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제 기본 생각은 나쁜 아이는 없어요. 다만, 상황 때문에 그렇게 인식되어 버리는 경우는 있을지라도요. 나쁜 짓을 반복하는 아이조차도 나쁜 아이는 아니라고 봐요. 정말 우연찮게 상황이 나쁜 경우가 있어요. 그 때문에 사람이 변하고 그런 인식을 받게 되는 거죠. <나쁜 어린이표> 뿐만 아니라 제 작품에 대해 '심리'적인 걸 많이 물어보세요. 나이가 50대 중반인데 아이의 심리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요. 아이를 키워본 엄마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이 만만치 않았다는 뜻도 되는 거죠. 그런 기억이 많이 있어서 혹시라도 그렇게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조금은 이해가 되고 감정선을 잘 따라가는 거죠. 또, 동화를 쓸 때 경계를 하는 게 계몽적인 태도에요. 동화가 이런 것이었어, 라고 의문을 갖는 사람들은 나쁜 아이가 반성하고 착한 아이가 되는 것이 동화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줄거리가) 아닌 경우에 당황하거든요.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동화의 계몽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경계 해왔어요. 아이들이 읽기 때문에 교육적인 걸 완전히 들출 수는 없죠. (그래도) 제 경우에는, 특히나 어른의 태도로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건 안 하려고요.

 

2015년에 등단 20주년이었다고 들었어요. 작가활동을 오랜 기간 이어가시면서 처음과 현재, 어떤 변화가 있으신가요?
요즘은 내가 믿었던 것들에 대해 생각을 바꿔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엊그제 친구 집에 갔어요.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면서 내 방이 떠오르더라고요. 생각보다 너무나 단정하고 아기자기한 거실의 책장의 표정을 보며, 어떤 사람의 내면을 보는 일이 이런 걸 수도 있는 거구나, 싶었어요. 우리 집에 가면 이 사람이 동화 쓰는 사람인가봐, 하는 책들이 꽂혀있고요. (친구 집에는) 만화책이 꽂혀있으니 만화를 좋아하나보다, 하는 성향이 보이잖아요. 너무 재미있는 책이라고 선물을 해줬는데, 친구가 재미있다고 하는 것과 제가 재미있다고 하는 지점이 다를 수 있더라고요. 내가 너무 오랫동안 내 시각으로 보는 데에 스스로를 가두었구나, 그걸 열어둘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자꾸 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마도 이 수업 자체가 그런 시도 중 하나일 거 같아요. 교육관을 짓고 후배들을 위해서 돈도 쓰시고 강의도 하시고 공간도 내어주시는 선배 작가도 있고요. 여기저기 찾아보면 선배 작가들이 노력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내면에 대한 것들까지도요. 내가 경험한 것들을 어떻게 후배들에게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선배 작가가 후배들과 나누고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이런 시간을 공유하면서 작게, 소소하게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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