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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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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시에 대한 어떤 것

상상지기 2017.02.15 673

 

  

 

※ 아래의 글은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 <삶이 늘 시적이진 않더라도, 그래도 시 읽기> 1기 과정의 

   결과물로, 수강생의 동의 하에 게시되었으며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모든 글의 내용은

   해당 저작권자에게 귀속되며,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변경하거나 도용할 수 없습니다.
 

 

 

/ 와 시에 대한 어떤 것 (something about poem and me)

 

내가 처음 ‘시’를 생각한 건 고등학생 때다. 여러 수업 중에 ‘계발활동’이라고 자유롭게 신청하는 수업이 있었다. 아마 같이 놀던 친구들과 나는 수업을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것도 별로고, 활동적인 것도 하기 싫고, 교실에서 조용히 있다가 끝나길 바랐던 거 같다. 왜 우리 눈에 ‘시 창작 수업’ 이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신청해 버렸다. 흥미가 없으니 수업은 당연히 지루했다. 각자 시를 짓는 시간이 주어지면 나는 머리카락이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서는 잘 떼어지지 않을 때까지 잠만 잤다. 선생님께서 읽어주는 시를 듣고서 같이 얘기를 나눌 때도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그때 내겐 시원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편하게 쉴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뿐, 시를 넓은 마음으로 읽고 느껴보는 일 같은 건 전혀 관심 밖이었다.

 

내가 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3년 전쯤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과 오랜만에 문자를 하면서 요즘 읽는 책 중에 추천해주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더니 자기는 요즘 ‘시’만 본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시를 좋아한다니까 나도 갑자기 시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고 얼마 뒤 서점에 가서 시 코너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무엇을 집어 읽어야 할지 몰라 답답했고, 그나마 표지가 맘에 들어 골라 읽었던 시에서도 도무지 왜 시를 읽는지 공감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 친구를 좋아하는 동안 나도 걔처럼 ‘시’랑 가까워지고 싶어 꽤 열심히 노력했다. 그 사람에게서 마음이 멀어지고 나서는 당연한 것처럼 ‘시’에 대한 내 마음도 멀어졌지만.

 

그 후에 몇 번 시집 선물도 받고 직접 시집을 사 보기도 했다. 내가 끝까지 읽은 시집은 그 중에 두 권이 전부였다. 뭔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고 투덜대면서 종이를 넘기던 게 대부분이었지만, 가끔은 ‘어떻게 이런 마음을 갖게 하지?’ 하고 느낀 적도 있었다. 그렇게 조금이나마 느끼고 나니 정말로 시가 읽고 싶었다.

 

그러다 이 수업을 듣게 됐다. 여전히 ‘울림’ 같은 건 없었고, 어떤 때엔 졸리기도 했다. 수업을 들으면서 우습게도 ‘시는 내가 진짜로 읽을 수 없는 건가봐’ 하고 생각도 했다. 그렇게 반쯤은 오기로 매주 수업에 가서 시를 읽었다. 그리고 절반쯤 지난 어느 날, 나는 그동안 시를 읽으면서 느끼지 못했던 걸 느꼈다. 눈물이 날 듯 말 듯, 흐를 눈물은 없었지만 마음은 이미 울고 있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읽는 시마다 자꾸 그랬다. 슬픈데 자꾸 웃음이 났다. 그건 아마 이런 마음을 느낀 ‘나’가 너무 좋아서 웃음이 났던 거 같다. 그 날은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을 쉽게 진정할 수 없었다.

 

그 후로 이상하게 시가 편해졌다. 그 다음 수업부터는 읽는 시에 빠져들 수 있었다. 반짝하고 불이 켜진 것처럼 자꾸 내 곁에 시를 두게 됐다. 그리고 나는 시를 읽으면서 글도 썼다. 처음 써냈던 생각들은 빈껍데기뿐 속이 없었다. 창피하고 다 숨겨놓고 싶었지만 계속 마주했다. 그렇게 썼던 것들 중에 어떤 건 열 번을 읽어도 부끄럽지 않았다. (열 번이 넘은 뒤엔 숨기고 싶었지만.) 어떤 형태로든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또렷이 보이니 ‘행복한 순간이 조금 더 자주 오겠네.’ 싶어 좋았다.

 

시를 읽게 되면서 내 곁을 지나간 사람들을 자주 떠올렸는데, 그건 내가 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주는 것 같다. 한마디로 나에게 ‘시’란 ‘사람 사이’에 머물러 있는 것인 듯하다. 그렇게 애매하고, 힘들고, 알다가도 모르겠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를 자꾸 돌아보게 한다. 내가 어디서 슬펐는지, 왜 슬펐는지, 내가 어떤 일에 그리 환하게 웃었는지, 뭐가 날 그렇게 답답하게 했는지, 생각하게 한다. 시는 늘 내 옆에서 나에게 생각을 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슬프고 즐거운 순간들을 더 많이 맞이할 것이다.

 

 

 

그의 모자가 점점 멀어져

나비가 될 때까지

그를 쳐다보네

 

- 치요니의 하이쿠

 

 

 
/

 

내가 누군가의 뒷모습을 이렇게 본 적이 있는지.

아득하게 멀어질 때까지

그의 모자가 나비가 될 때까지

누군가의 뒷모습을 그렇게 놔주기 싫은 적이 있었는지.

그리고

내 뒷모습을 그렇게 봐주던 누군가는 있었는지.

 

 

 

 

글. 이진희 (like_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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